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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수 文學 散策■ 「제3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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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37
  • 2026.08.21 12:32
 
막걸리 한 됫박
 
 
막걸리 한 됫박이 이 세상에 없다면
등 뒤가 자꾸 신경 쓰일 거야 밤길을 혼자 가는 아이처럼
사는 일이 두려울 거야
막걸리 한 됫박 그것조차 없다면
포장마차 목의자에 걸터앉아 게트림을 하는 사람도 없을 테고
캄캄한 밤하늘 별을 세며 눈물을 찔끔거리는 사람도 없을 테고
그 뿐이 아니야
어떻게 회색빛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가 되어 오줌을 내 갈기겠어
맨 정신으로
꿈을 꾼다는 게 얼마나 막막하겠어
막걸리 한 됫박이 없다면 말이야
세상은 되게 춥겠지 꽃이 핀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겠지
언제나 그리움은 한 겨울일 거야
막걸리 한 됫박을 마시는 일은 눈물을 마시는 일이지
눈물을 마셔봐 그게 얼마나 뜨거운지
목구멍에 넘어갈 때
너도 알딸딸한 삶을 울컥 게워낼 거야 정말
막걸리 한 됫박
 
 
□ 정성수의 한 문장 □
 
막걸리는 젖과 생김새와 빛깔이 같아 노인의 젖줄이라고 한다. 이말은 노인들의 영양 보급원일 뿐만 아니라 무병장수를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기들이 젖으로 생명을 키워 나가듯이 노인 역시 막걸리를 마심으로서 남은 생을 건강하게 살수 있다는 것이다. 막걸리는 ‘막 거른 술’이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고유한 술이다. 맑은 술을 떠낸 것이 아니라 걸러 짠 술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고려시대에는 막걸리용 누룩을 배꽃이 필 때 만든다고 하여 ‘이화주’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맑지 않고 탁하다고 ‘탁주’라고 불렀다. 농부들이 애용했다고 ‘농주’라고도 한다. 조선 시대에는 일일주, 계명주, 삼일주, 반야주 등 7일 이내에 빠르게 빚어지는 술들이 있었다. 이러한 술들은 맑은 술인 청주로 마시기 위해 제조한 것이 아니라 청량한 막걸리로 먹기 위해 빚은 것이다. 삼천동 막걸리 집에서 친구와 마주 앉아 ‘야, 인마 한 대접 마셔!’ 그 말도 좋고, 논두렁 밭두렁에서 쪼그리고 앉아 마셔도 좋다. 막걸리는 편한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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